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줄곧 기다려왔던
스물다섯이 되었다
스물다섯이 되어서 스물다섯에 대해
스물다섯이 된 일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스물다섯 이제 조금 나를 알 것 같은 나이 여전히 알지 못하는 게 알고 있는 것보다 많고 안다고 생각한 건 사실 조금도 알지 못하지만 핫 핑크보다 진한 보라색을 더 좋아하고 긴 머리보다 반듯이 자른 단발이 더 좋은 건 아는 나이
지난해에 쓴 마지막 일기에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게 두렵다고 썼다 그건 착각일 거라고
그럼 이제 조금 나를 알 것 같다고 말하는 마음은
무엇이라 불러야 하지?
어쩌면 나는 영영 나를 알지 못하고 비로소 나를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누군가 내게 물어오면
그러게 나도 모르겠어! 나도 내가 어려워!
그렇지만 불가해함 속에서 마음껏 오해하기를 다짐할 때 무언가를 우연히 이해하게 되어버리는 것처럼 영영 알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일종의 체념보다 또 다른 형태의 인지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끝내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알아가는 일을 그만둘 거라는 말은 아니야
알려고 했기 때문에 알아버린 것들 알고 싶어서 알게 된 것보다 알게 되어 알아버린 것들 훨씬 많고 그 과정에서 어떤 진실들은 알지 못하는 채로 두는 편이 덜 슬프다는 것 또한 알아버렸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알게 되고 알지 못하게 될지 나만이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될 미래까지
기다릴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줄곧 기다려왔던 것들 어쩌면 스물다섯은 내게 그런 것들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추신. 미워했던 건 사실 좋아해서 그랬어. 이 또한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