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2월 1일 일요일
요즘에는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보다 뭘 하지 않아도 되는지 뭘 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 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건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편이 더 자유에 가깝다고 믿는다
26년 2월 3일 화요일
밤사이 갑작스러운 고열에 시달렸다 연습은 가지 못했고 내리 자다 깨서는 초코 토핑이 잔뜩 올라간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흰 스푼으로 흰 요거트 부분만을 떠먹으며 기다렸던 드라마의 첫 화를 틀었다
뭘 하려는 거야?
그야 지금 하는 것들이죠.
26년 2월 6일 금요일
오랜만에 아무 일정 없는 금요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부러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서둘러 갈 필요 없으니까 맨 뒷좌석에 앉았다 무릎 위에 올려둔 가방은 가볍고 그 안에는 더 가벼운 마라카스가 들어 있다 쉽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 사실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26년 2월 11일 수요일
내가 구운 건 분명 양념 고기였다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접시를 뒤적이던 친구가 양념은 어디 갔냐고 물었고 다른 친구가 응, 혜윤이가 고기를 다 태워서 양념이 날아갔어 답했다
26년 2월 16일 월요일
컨버스 두 켤레 주문했다 나영이랑 한 짝씩 나눠 신기로 했다 우정의 효능 !
26년 2월 17일 화요일
친구들이 보낸 메일을 오늘에서야 확인했다 알림이 울리지 않아 우연히 메일함에 들어갔다가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메일을 주고받으면 가까이 있어도 멀리 있는 것 같고 멀리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 같다
26년 2월 18일 수요일
공원(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활동명이다)을 검색하면 놀이공원 올림픽 공원 반포 한강 공원 망원 한강 공원만 잔뜩 나오고 내가 찾는 공원은 나오지 않아서 곤란하다
26년 2월 21일 토요일
버섯과 양파를 볶아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연휴가 끝나고 오래간만에 출근할 생각을 하니 아득해져서 흑맥주 한 캔을 깠다 흑맥주를 좋아해서는 아니고 집에 맥주가 그것밖에 없어서였다 한 모금 들이켜고 으악! 인상을 찌푸리니 J가 맥주 위에 설탕을 조금 뿌려주었다 반신반의한 얼굴로 반 모금 들이켰는데 꽤 먹을만했다
26년 2월 25일 수요일
오늘은 입학식이었다 날이 포근해서 입학하기 좋은 날이네 생각하며 휴학 신청을 했다 오후에는 친구들과 타로를 보러 갔다 선생님께서 빨리 졸업이나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옆에서 같이 듣고 있던 친구가 조용히 읊조렸다 어쩌면 좋아 ···
26년 2월 26일 목요일
친구에게서 메시지 왔다 일러준 써브웨이 레시피대로 먹어 보았다고 친구를 만족시킨 조합은 다음과 같다
새우에 에그마요 추가 빵은 플랫 브레드 모든 야채 넣기 치즈는 슈레드 소스는 랜치 스위트 어니언 핫 칠리 (오 년 전 써브웨이 아르바이트했을 때부터 먹었던 조합이다)
26년 2월 28일 토요일
나를 지켜주는 건 내가 지키는 것
그러니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나를 지켜주는 것들일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