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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기 위해 수민과 지원동 사이 계단에 자리 잡았다 중앙계단에는 이미 사람들이 섬처럼 모여 있어서 수민은 무슨 재미난 일이라도 벌어지나? 중앙 광장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섬처럼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저들이 신입생일 거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하며 섬을 떠났지만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참 섬처럼 앉아 있네 생각할지도 몰랐다 지현을 기다리는 일은 지속되었고 섬을 바라보며 좋다 수업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지현을 기다리기 위해 학교 오는 일이 좋다 생각했다 수민은 중앙 광장을 오가는 이들 중에 지현이 있을까 그 부근을 주시하였고 마침내 지현에게서 연락이 왔다 후문 쪽에 있다고 계속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온 거지? 놀라워하는 수민에게 나는 지현이 닌자처럼 움직였을지도 몰라 답하며 우리는 느릿느릿 일어나 걸었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지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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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이 시를 써야 해서 수민을 따라 도서관에 왔다 수민은 이번 학기 안 선생님의 시 수업을 듣는다 뒷조사 차원에서 선생님 시집을 찾는 수민에게 『온』을 추천했다 대출 가능 상태로 떴지만 도서관에 존재하지 않는 『온』대신 『힌트 없음』(은 없지 않았음) 인가『나는 많이 보고 있어요』(는 많이 볼 수 있었음) 인가를 읽는 수민 앞에서 산문과 단편과 시를 순서 없이 읽었다 어쩌면 순서대로 읽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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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양의 시집 『기대 없는 토요일』과 윤단의 단편 「남은 여름」 읽었고, 두 작품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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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 지면을 찾아보니 「남은 여름」은 겨울에 발표된 소설이었다
겨울에서 온 여름 소설을 봄에 읽고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어느 계절에 읽어도 좋았다고 적었을 것 같다) 읽고 나서는 왠지 김금희 작가의 「아주 한낮의 연애」가 떠올랐다
나는 주기적으로 그 소설을 떠올린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양희의 기력 없음과 특유의 무심한 태도로 내뱉는 사랑 고백 "사랑하죠. 오늘도" (그런데 전혀 안 사랑해 보임)을 좋아한다 사랑을 말하지만 인물의 태도 때문에 느껴지는 사랑 없음이 되려 사랑의 있음을 감각하게 하는 점에서 그렇지만 두 작품이 어느 지점에서 닮았다고 느꼈는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음에 가려운 기분이 든다 ···
